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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리틀 포레스트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추리산촌마을 사무국장

강성애 씨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기업, 공기업 등의 홍보 대행을 맡아 온 기획자 강성애 씨. 하이힐을 즐겨 신고 도시의 거리를 거닐던 그가 가로등도 몇 개 없는 깜깜한 오지인 강원도 인제군 하추리산촌마을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성애 씨의 하추리산촌마을 적응기다.

운명처럼, 우연처럼, 인연으로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던 강성애 씨에게 운명은 우연처럼 일어났다. 취재차 하추리산촌마을을 방문했다 마을 사무장이라는 일자리와 지낼 곳도 내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귀촌을 결정한 것이다.

“외가가 경기도 양평 용문산 아래인데, 어릴 적 방학이면 외가에서 보냈던 시간이 아주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산골짜기 따라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산비탈 사이 농사를 짓던 곳이었는데, 인제가 저에게 꼭 그랬어요. 어린 시절 외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하추리산촌마을로 귀촌을 결정한 뒤 도시의 생활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회사를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래 해온 일인 만큼 적성에도 맞고 좋아했지만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딱 1년만 살아볼 생각으로 최소한의 짐만 챙겨 2017년 1월, 인제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복잡한 도시와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쉬고 싶었다. 인제에서의 1년은 자신에게 주는 안식년과도 같았다.

“원래 걱정이나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일단 해보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제가 먼저 인제 하추리산촌마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죠.”

하추리산촌마을에서의 5년…

1년만 머물겠다던 강성애 씨는 현재 하추리산촌마을에서 6년 차 생활에 접어들었다. 시간의 흐름만큼 변화도 많았다. 남편과 친정엄마도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하추리산촌마을에 집을 지어 세 식구가 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다. 여기에 리트리버 금동이가 새 식구로 들어왔다.

“남편은 농부가 되겠다는 계획은 이루지 못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어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마을에서는 최고의 일꾼으로 인기 만점이죠. 엄마는 잠깐씩 와서 지내시다 최근에 완전히 합류했어요. 엄마를 보면 농사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느껴져요. 지금은 직접 씨앗을 뿌려 밭을 가꾸고 수확한 것으로 식탁을 차리고 지인들에게 나누는 기쁨을 누리고 계세요.”

그는 도시와 산골의 삶은 완벽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도시는 ‘개인’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시골에서는 존재감이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동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일과 생활의 경계도 모호해 처음에는 당황한 적도 많았다. 생활하는 공간에 예고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다.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시간을 거쳐 그녀는 하추리산촌마을에 적응해 갔고, 조금씩 하추리산촌마을 사람이 되어갔다.

“도시의 한 지역에서 40년을 넘게 살았지만 내가 그 지역 사람이라는 인식을 거의 못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고작 5년을 살았는데 하추리산촌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낼수록 이곳의 산과 공기가 좋고, 이곳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어요.”

마을사업을 이끄는 만능살림꾼

마을 사무장에서 사무국장으로 승진한 강성애 씨는 다양한 마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카페, 하추리’는 그의 핵심 사업으로 예전부터 카페를 하고 싶었던 꿈이 현실이 된 공간이기도 하다. 카페 하추리는 그와 마을 사람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꾸며낸 공간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주민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멋지게 실현해 주었어요. 마을 뒷산에서 주워 온 나무들로 인테리어를 하고, 주민들이 기증한 책으로 작은 도서관이 탄생했어요.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활용해 음료와 간식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어요.”

그의 추진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혼자하는 겨울여행’이라는 여행상품을 새롭게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추리산촌마을은 학교나 기업의 단체를 대상으로 마을의 체험 상품을 운영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지며 새로운 여행을 생각하다 혼자지만 산골마을에서 외롭지 않게 2박 3일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제가 기획한 것들이 현실이 되고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응원해 주실 때 정말 뿌듯해요. 특히 마을 카페를 기획하고 밀어붙여 오픈을 하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을 때 정말 자부심을 느끼죠.”

올해는 마을의 산림치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관련 학과에 편입해 관련 자격증에 도전하겠다는 강성애 씨. 도시에서는 잦은 야근으로 만성 피로에 시달렸던 그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일이다”라고 말하며 출퇴근 시간의 경계도 허문다. 오롯이 하추리산촌마을의 발전과 마을 사람들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그는 완벽하게 하추리산촌마을 사람으로 적응을 마쳤다.

하추리산촌마을

injehachu.modoo.at

033-461-4481

이선영 사진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