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한국농어촌공사 유튜브 바로기기 한국농어촌공사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국농어촌공사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봄 비린내
가득한

서천 오일장

바야흐로 봄의 절정이다. 이맘때면 충남 서천 오일장에는 싱싱한 해산물 천지다. 인근 마량포구, 홍원항에서 잡아 올린 주꾸미, 키조개, 도다리 등이 쏟아져 겨우내 웅크렸던 장터에 봄 비린내가 가득하다. 사람들의 북적임과 즐거운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한 서천 오일장으로 향했다.

싱싱하게 건져 올린 수산물 천지

서천 오일장이 열리는 2, 7일이면 서천특화시장 주변이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곳이 어디든 오일장엔 아무리 일찍 서둘러 가도 늦기 마련이다. 부지런한 어르신들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나와 여기저기 목 좋은 자리에 터를 잡고,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천 오일장의 하루를 여는 건 언제나 어르신들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값을 받으려는 상인과 조금이라도 깎고 덤을 얻으려는 손님의 실랑이는 대개 손님의 승리로 끝난다. 그래도 상인은 웃으며 “맛있게 드시고 다음에 또 와유”라며 인사말을 건넨다. 싱싱하게 건져 올린 다양한 수산물과 봄기운을 느끼게 해 주는 상큼한 봄나물에 사람들의 인심까지 넘쳐나 이른 아침부터 오일장은 봄의 활기로 가득하다.

서천 오일장이 해산물 시장으로 유명해진 것은 20여 년 전의 일이다. 교통 좋은 읍내 사거리 장터에 봇짐장수들이 몰려들며 생선회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냉장 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소금에 절여 말린 생선이 주류를 이뤘고 그나마 싱싱한 해산물은 맨손으로 잡아 온 것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금 남아있는 오일장의 흔적은 그 ‘맨손업’을 하던 장사치들이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사거리 해산물 가게들은 서천읍 충절로에 수산물 특화시장이 조성되면서 대부분 새 시장으로 터전을 이동했지만, 장이 서는 2일, 7일이면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뒤편 주차장 길에 소박하게 오일장이 들어선다.

바다의 봄나물 ‘주꾸미’

충남 서천은 계절마다 그 맛이 다른 고장이다. 서해의 갖가지 해산물이 제철 먹거리로 방문객을 유혹한다. 이맘때 주꾸미를 시작으로 갑오징어·꽃게·소라 등이 철을 바꿔가며 식탁 위에 오른다. 서해안에서 나는 싱싱한 수산물로 가득하다 보니 전주, 대전에서 해산물을 사기 위해 이곳까지 외지인이 몰려들기도 한다.

제철 맞은 해산물로 가득한 장터는 온통 봄 바다 기운으로 가득하다. ‘퍼덕’거리는 것에서 ‘흐느적’대는 놈까지…. 서해 포구에서 제법 떨어진 장터인데도 제철 해산물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인기 만발의 주인공은 당연히 주꾸미이다. 마량 앞바다에서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산 채로 잡은 싱싱한 주꾸미 맛은 고소하기 그지없다.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는 말도 있쥬. 4월이면 주꾸미에 꼬숩고 쫀득쫀득한 쌀이 가득할 때지유. 먹물 담백한 이때가 맛이 최고여유.”

주꾸미, 도다리 철이 지나면 서천 장터에 꽃게, 대하가 쏟아져 나온다. 장터를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가을 전어 철까지 계속된다. 인근 오일장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지만 서천 오일장은 서해안 해산물 장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해산물로 유명한 시장이지만 장터에는 뭍 기운도 가득하다. 소금 절인 마른 생선들이 길가에 도열한 가운데 나물 파는 할머니들도 따사로운 볕 아래 자리를 채우며 직접 캔 나물이며 농사지은 찬거리들을 펼쳐 놓는다.

넘치는 인심에 봄바람도 쉬어 가네

오전 한때 활기를 띠던 오일장은 점심 무렵이 되면 한산해진다. 장터가 정리될 시간이면 수산물 특화시장이 본격적으로 흥청거린다. 시장 아줌마들이 목청 돋워 가며 싱싱한 활어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구 시장터에서 옮겨와 현대식으로 재개장한 수산물 특화시장은 사시사철 문을 연다. 한창 제철인 주꾸미, 도다리, 키조개를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곳 해산물들은 홍원항, 마량항의 포구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1층에서 구입한 수산물은 1인당 상차림 비용만 내면 2층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서천 오일장에 주꾸미만큼 인기가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도다리’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도다리는 그만큼 봄을 대표하는 어종이다. 바다에서 가장 빨리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는 도다리는 보통 쑥국으로 끓여 먹는데 서천 사람들은 봄 도다리를 쑥국으로 끓여 먹지 않는다. “서천 봄 도다리는 물이 워낙 좋아서 쫄깃하고 싱싱한 회 그 자체로 즐기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장터를 몇 바퀴 돌고 나니 양손 가득 저녁 찬거리가 들려있다. 기분 좋게 ‘사람’을 맞이하고 ‘정과 추억’을 나누는 서천 오일장에서 ‘행복’한 보따리와 ‘인정’을 덤으로 안고 돌아왔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서천군

마량리동백나무숲

탑정호 출렁다리는 주탑 높이가 46.5m, 다리 폭이 4.8m인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기록원에서 인정한 국내 호수 위에 설치된 가장 긴 다리로 길이가 600m에 이른다.

Ⓒ서천군

한산모시마을

민족의 혼이 담긴 전통 한산모시를 만날 수 있는 곳. 한산모시는 옷감에서 풍기는 단아하고 청아한 멋과 함께 올이 가늘고 촘촘하며 까끌까끌한 질감이 살아있어 시원하며, 입었을 때 날아갈 듯 가볍고 고급스러운 게 특징이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