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비우고
모듈러 라이프
맥주를 보다 맛있게 즐기는 법
수제 맥주 어디까지 아니?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수제맥주를 고르는 게 소소한 낙이 된 시대다. 상큼한 과일 향과 알싸한 보리향이 목젖을 적시는 순간 하루의 고단함도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내일은 또 어떤 맥주를 맛볼까. IPA 계열의 씁쓸한 맛이 좋겠다.
좀 더 다양하게 즐겨라!
수제맥주는 집집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특색 있는 맥주를 말한다. 하우스 맥주라고도 불리는데, 2014년 이전에는 말 그대로 맥주를 만든 곳에서만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으며 2020년 ‘종량세’ 전환 및 ‘위탁제조(OEM)’의 허용은 자연스레 다양한 수제맥주를 등장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기존에는 출고가에 세금을 매겨 제조원가가 높은 수제맥주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지만, 출고량에 세금이 매겨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 자사 제품을 타사 시설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위탁제조는 대기업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및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과 협업해 히트상품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발효 방법에 따른 맥주의 구분
맥주의 주재료는 ‘맥아(몰트)’ , ‘홉’ , ‘효모’이다. 맥아는 싹이 튼 보리를 뜻하며, 홉은 맥주의 향과 쓴맛을 더해주는 성분이다. 홉은 쓴맛뿐 아니라 시트러스 향, 꽃 향 등 다양한 향을 내는 역할을 한다. 또 맥주가 쉽게 상하거나 맛이 변하지 않도록 돕는다. 효묘는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생산해 낸다. 발효는 상면발효와 하면발효로 나눌 수 있는데, 상면발효는 효모에 의해 실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발효된 것을 말한다. 하면발효는 맥주를 겨울 동안 저장·숙성시키면서 통 안의 효모가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보통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부르며, 하면발효 맥주를 ‘라거(Lager)’라고 한다. 맥주의 처음은 상온에서 만들 수 있는 에일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기에 피라미드를 짓던 노동자들이 물 대신 마셨다고 한다. 라거의 시작은 15세기 독일 뮌헨에서 10월에 맥주를 담근 뒤 강의 얼음을 잘라 겨우내 창고에서 보관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에일 ALE
페일 에일 Pale Ale
18세기 초반 석탄으로 만든 코크스를 이용해 그을음 없이 맥아를 굽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구운 맥아는 색이 연해 ‘페일 몰트’라고 불렸다. 영국에서 다량의 페일 몰트와 홉을 넣은 맥주가 인기를 끈 것이 모태가 됐다. 옅은 황금색과 홉의 쓴맛이 특징이다.
인디아 페일 에일 India Pale Ale(IPA)
19세기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이 자국 맥주를 인도로 수출하기 위해 만든 것. 맥주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량의 홉이 사용되어 쓴맛이 강하고 화려한 아로마 향을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포터 Poter
18세기 영국에서 크게 유행하던 맥주. 많은 양의 구운 맥아 ‘브라운 몰트’를 넣고 발효·숙성해 풍부한 맥아 향을 느낄 수 있다. 세계대전 기간 물자 부족과 높은 주세로 경쟁력을 잃었으나 20세기 후반 재해석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젠 Weinzen
밀과 보리를 섞어 만든 맥주로 독일 및 벨기엘의 대표적 맥주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보리와 다른 밀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난다. 건포도나 체리 같은 과일향이 두드러지기도 하며, 다양한 향신료가 어우러지는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스타우트 Stout
에일계의 대표적 흑맥주로 포터에서 파생된 맥주 스타일. 맥아를 검은색이 될 때까지 높은 온도에서 구운 것으로 초기에는 ‘강한 포터’라는 의미로 ‘스타우트 포터’라고 불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우트’로 줄여 부르게 되었다.
라거 LAGER
필스너 Pilsner
1842년 체코 필젠 지역에서 처음 생산된 맥주. 필스너가 개발되기 전에는 탁하고 씁쓸한 맛이 강한 에일 맥주가 소비되었지만, 필스너 개발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라거가 퍼져 나가게 됐다. 쓴맛이 강하고 황금색 빛을 띠며 에일보다는 청량감과 탄산감이 높다.
페일 라거 Pale Larger
밝은 황금색을 띠는 맥주로 풍부한 탄산과 청량감을 자랑한다. 필스너에서 씁쓸한 맛과 맥아의 단맛을 줄인 것으로, 대중의 기호에 맞게 깔끔하고 단백하게 만든 게 페일 라거의 특징. 흔히 마셔왔던 ◯스, ◯◯네켄 등이 이에 속한다.
비엔나 라거 Vienna Lager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처음 만들어진 맥주. 첫 모금에서 비스킷이나 견과류 등과 비슷한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적당한 청량감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필스너와 페일 라거와 다르게 붉은 빛이 감돈다.
둔켈 Dunkel
독일어로 ‘어두운(dark)’을 뜻하는 말로, 라거계의 대표적 흑맥주다. 검붉은 색을 띠지만 스타우트에 비해 쓴맛이 적은 편. 스타우트 특유의 탄 곡물 맛이 싫은 사람이라면 둔켈을 시도해 보자.
복 Bock
14~17세기 독일 북부 아인백에서 태어난 라거 맥주다. 도수가 6.3~7.2%로 높으며, 밝은 구리색부터 짙은 갈색까지 어두운 색상을 띤다. 구수한 맥아 향이 주를 이루며, 숙성 정도에 따라 가벼운 복분자 향이 나기도 한다.
글 기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