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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 홀리데이
김예지 씨
직장생활 7년 차, 김예지 씨는 늘 마음에 품고만 있던 꿈을 꺼내 보였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위치한 ‘호피 홀리데이’는 그의 꿈이 시작된 곳이자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곳이다. 홍대 앞과 이태원처럼 ‘힙’한 그의 호피 홀리데이 일상이다.
직장생활 접고 수제맥주 공방 창업
마늘과 컬링의 고장 경북 의성군에는 특색 있는 농산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맥주의 풍미와 향을 더하는 ‘홉’이다. 귀촌 3년 차 김예지 씨가 홉의 고장 의성에 문을 연 수제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는 낮에는 양조 체험이 중심인 공방으로, 저녁에는 지역 청년과 주민들의 아지트로 사랑받으며 의성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저 또한 다른 직장인들처럼 막연하게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평소 수제맥주를 즐겼는데, 수제맥주 공방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기폭제를 만나게 됐어요. 꿈을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창업의 꿈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은 홉 축제에서 ‘홉이든’ 농장을 꾸려 나가는 부부를 만나면서이다. 부부는 의성군이 진행하는 청년 시범 마을 일자리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전했고, 김예지 씨는 신선한 홉을 근거리에서 조달할 수 있고, 다양한 국산 재료와 자신만의 비법으로 ‘의성 맥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귀촌을 결정했다.
경북 의성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 소멸 우려 지역이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수제맥주 공방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도시에서도 쉽지 않은 데 시골에서 창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다들 걱정했다. 그리고 2년 뒤, 시골에서 수제맥주 공방을 꾸려나가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사람들의 편견을 간단히 뒤집어 놓았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의성라거’
“맥주에서 홉의 특성이 잘 느껴질 때 ‘호피’하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호피 홀리데이 보낼 거야’라고 하면 맥주에 푹 빠져 쉴 거라는 의미로 통하죠. 그런 의미로 공방을 ‘호피 홀리데이’라고 지었어요. 이곳에서만큼은 편안한 휴식을 주고 싶었거든요.”
‘잘 만들어진 훌륭한 맥주 한 잔’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을 실현해 주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는 예지 씨는 맥주에 대한 사랑으로 오늘도 솥 앞을 지킨다. 그렇게 오랜 인내심과 끈기로 탄생한 맥주가 바로 ‘의성라거’다. 의성라거는 봄, 여름에 어울릴 만한 청량감과 시트러스한 풍미를 가진 라거이다. 무엇보다 의성에서 재배된 홉을 사용해 만들어 의미가 크다.
‘가치를 마시고, 경험을 나누다’라는 공방 슬로건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가치와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그는 의성의 자원과 인근 홉 농장을 연계해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의성을 맥주의 고장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봄에는 ‘냉이를 활용한 냉이스타우트 만들기’ , 여름에는 ‘생홉양조 쇼미더홉’ , ‘제철 복숭아 맥주 만들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진행됐다.
주민들에게도 그의 맥주는 인기가 많다. 겨울에 양조해둔 맥주를 농번기 때 노동주로 마신다고. 무엇보다 안계면은 의성에서 청년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그의 공방은 청년들의 아지트이자 청년 활동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가장 시골스러운 곳에서 찾은 행복
“직장생활을 할 때 워라밸을 구호처럼 외치며 억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주말이면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쉬는 날이면 어디라도 가기 위해 노력하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더라고요.”
각종 빛이 지배하는 도시의 밤이 아닌 진짜 밤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그는 일과 후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교외까지 나가지 않아도 동네 산책만으로도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삶이란다.
“공방을 시작하면서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어요. 그런 삶에서 얻는 에너지로 지금까지 힘든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어요. 의성에서 꿈을 이뤘고, 새로운 목표도 생겼죠.”
그는 공방을 통해 개발된 레시피로 가장 한국적인 수제맥주 양조장을 짓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가졌다. 순수 국산 재료로 세계에 통하는 맥주 레시피를 개발하고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주변의 평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주관대로 흔들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해 나가겠다는 김예지 씨. 어느 날 편의점에서 ‘의성라거’를 만나 ‘호피’하다고 말하며 즐거운 홀리데이를 즐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 이선영 사진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