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서기
도시와 농촌 그 어딘가의 「사 : 이」에서
돌아갈 수 없지만 기억할 수 있기에,
청춘
‘그때가 좋을 때다’라는 진리는 늘 시간이 지난 후 깨닫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오늘도 언젠가는 지나간 과거가 된다. 청춘이란 어느 한 시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빛나는 오늘. 지금 오늘이 찬란한 청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아날로그 추억의 향연, 그 안의 청춘 『기적』
고교생 준경(박정민)은 대통령에게 마을에 기차역을 만들어달라고 편지를 쓴다. 그가 사는 80년대 산골마을은 기찻길을 통해서만 오갈 수 있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다. 기관사 아버지(이성민)의 반대에도 누나 보경(이수경)과 함께 마을에 남아 왕복 5시간의 통학길을 고수하는 준경은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와 기차역을 유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영화는 실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이자, 한국 최초의 민자 역사인 경북 봉화의 양원역 스토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작은 산골마을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풋풋한 성장담이 주가 된다. 빨간 우체통, 간이기차역의 플랫폼, 팥빙수 데이트, 장학퀴즈, 김완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세트 플레이어 등의 아이템들은 아날로그 향수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양원역과 더불어 실재했던 그 시절이 박제된 듯한 영화는 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과, 청춘을 그립게 만든다.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90년대 말 청춘을 브라운관으로 불러낸다. tvN에서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코로나19의 영향권 하에 놓인 2022년 현재와 교차되며 그 시절의 아련함을 증폭시킨다. IMF 외환 위기가 있었던 1997년, 고교생 희도(김태리)는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비인기 종목인 펜싱부가 없어지면서 자신의 꿈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절치부심한다. 한편 가세가 기울어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진(남주혁)은 다니던 대학에 복학하지 못하고 방송기자로 취업해 희도와 재회하는데…. 묵직한 시대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보잘 것 없이 기억의 저편에 방치돼 있던 청춘의 꿈과 고민 그리고 사랑에 대한 복기다. 학교 운동장 수돗가에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BGM으로 물 장난을 치는 두 주연배우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청춘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관조하는 듯한 가사로 청춘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펼쳐낸다. 뜨거운 여름밤이라 은유되는 것은 한때 열병을 앓았던 청춘의 기억일 터. 남은 건 볼품이 없을 정도로 뜨겁게 불태웠지만 또 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는 것, 그것이 청춘을 보내고 남은 삶을 살아내는 자세일 터. 이 곡은 2019년 2집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인기를 끌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 밴드가 많은 음악 팬들의 공감을 사는 건 아마도 청춘의 핵심 정서인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우리는 한때 너무도 외로웠던 젊은 날의 기억을 갖고 있고, 그걸 달래주었던 음악이 있었기에 청춘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지 모른다. 요즘 삶의 무게에 치여 좀처럼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 오늘은 과거 좋아했던 음악을 통해 젊은 날의 감성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글 임수민(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