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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도시와 농촌 그 어딘가의 「사 : 이」에서

함께일 때 빛나는 그 이름

가족

대부분의 가족들은 경제적인 공동체를 이루어 밥을 같이 먹곤 한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꿈과 욕망을 공유하고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운명을 같이 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존재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존재임은 분명하다.

욕망의 공동체 <기묘한 가족>

대중문화에서 ‘좀비’가 핫한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부산행>, <킹덤>, <반도>에 이어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기묘한 가족> 또한 좀비 영화로 B급 감성의 코미디 장르물이다. 독특한 점은 시골 ‘풍산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느닷없이 좀비가 나타났건만 시골 사람들은 태평하기만 하다. 좀비에 물린 후 ‘만덕’(박인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회춘’을 하게 되고, 큰 아들 ‘준걸’(정재영)과 작은 아들 ‘민걸’(김남길), 큰 며느리 ‘남주’(엄지원)는 ‘동네 바보 취급’을 당하는 좀비에게 ‘쫑비’(정가람)라는 이름을 붙여 패밀리 비즈니스에 합류시킨다. 자발적으로 모여든 마을 사람들을 물어서 회춘하게 만들고 돈을 버는 게 가족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딸 해걸과 쫑비의 로맨스도 피어난다. 도무지 예측이 어려운 전개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족들은 기묘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영화는 좀비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B급 정서를 콩가루 집안으로 완성하고 있다. ‘못 볼 꼴’을 시도 때도 없이 서로 보여주고 봐야하는 ‘징글징글’한 존재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똘똘 뭉쳐버리는 그 모습, 대부분 가족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운명의 공동체 <파친코>

가히 OTT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다. 이중 후발주자인 Apple TV+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단연 드라마 <파친코> 덕분이다. 애플이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원작 소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의 장편소설은 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삶의 궤적을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의 추천을 받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애플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새로 태어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젊은 ‘선자’(김민하)와 훗날 그녀의 손자인 ‘솔로몬’(진하)을 중심으로 하는 두 축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며 이민자 가족의 탄생과 애환, 삶의 질곡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라고 시작하는 소설의 첫 문장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라 하겠다. 한편 ‘파친코’는 1925년경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 시작된 사행성 오락인데, 당시 버젓한 일자리를 가질 수 없었던 재일동포들이 숙명적으로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이기도 했다.

꿈의 공동체 <킹 리차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킹 리차드>는 세계 최강 테니스 스타 자매인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 자매를 길러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는 우연히 한 테니스 경기 우승상금이 4,000달러인 것을 알고, 장차 태어날 아이들을 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계회서는 무려 책 한권에 가까울 분량. 이때가 두 딸이 태어나기 2년 전이라 하니, 가히 그 집념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역사의 주인공으로 두 딸을 내세우고자 했던 그의 원대한 포부가 현실이 되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장 빈곤하고 위험한 동네 ‘컴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흑인,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중고를 딛고 당당한 성공을 거머쥐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터. 마침내 두 자매는 30차례 그랜드슬램 우승에 6개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전설로 우뚝 선다. 자녀들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헌신한 아버지, 그리고 너무도 잘 성장해가는 두 딸의 모습은 흐뭇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임수민(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