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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리틀 포레스트

더디게 흘러도 괜찮아

꽃비원홈앤키친

오남도, 정광하 씨

만개한 벚꽃이 봄바람에 흔들리며 우수수 떨어지는 논산의 거리는 그야말로 꽃비와 봄비가 뒤섞여 봄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한적한 마을의 주택가에 자리한 ‘꽃비원홈앤키친’은 그 이름처럼 따스한 꽃비를 내리며 호우시절을 맞고 있었다.

꽃비가 내리는 과수 정원 ‘꽃비원’

꽃비원홈앤키친에 들어서니 방명록 대신 앨범 하나가 놓여 있다. ‘꽃비원’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한 장 한 장 앨범을 넘기면 허허벌판 땅에 묘목을 심고, 그 묘목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꽃비원’은 아내 오남도 씨, 남편 정광하 씨가 처음 논산에 내려와 시작한 작은 과수원이자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농원이다.

정광하 씨는 논산에 내려오기 전 미국의 농산물 유통 회사에 다녔다. 그러다 부부는 아이를 낳기 전, 마음에 품고만 있던 귀농을 결심했다. 그런데 미국의 시골이 아닌 한국의 농촌이었다. 그렇게 부부의 ‘논산’ 생활이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지낸 오남도 씨와 농촌에서 자랐지만 오랜 시간 도시에 익숙해져 있던 정광하 씨는 논산의 작은 땅을 사서 1년생 과수 묘목을 심었다. 아이도 1살, 묘목도 1살.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저는 늘 시골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가족과 가까이 지내고도 싶었고요.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디로 갈지 정하는데 부모님과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지 z않아 충청권에서 찾게 되었고, 시댁 어르신의 고향인 논산으로 정착을 결정했지요.” 오남도

논산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1살이던 아이가 어느새 11살이 되었다. 아이가 자란 만큼 과수나무도 풍성해졌다. ‘꽃비원’ 그 이름에 맞는 과수원이 되었다.

그 해 1년생 묘목을 심었으니 그만큼 모든 게 더뎠죠. 첫해에는 수입이 없어 채소를 심어 소득을 만들었고요. 지금은 하얀 배꽃이 활짝 피었어요.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상상했던 ‘꽃비원’이 된 거죠.” 정광하

농사지은 제철 재료로 꾸려가는 식당

‘꽃비원홈앤키친’은 이들 부부가 4년 전 시작한 레스토랑 겸 농가 민박이다. 귀농 3년 차가 되던 해 부부는 고민이 많았다. 농사 규모를 늘릴 것인지, 농사와 관련한 무엇인가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부부는 농사 규모를 늘리는 대신 농사지은 식재료를 활용한 예약제 식당을 시작했다. 그렇게 10평 규모의 공간을 빌려 2년 정도 식당을 운영하다 군부대에 두부를 납품하기 위해 지어진 두부공장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해 지금 자리에 꽃비원홈앤키친을 오픈하고 운영한 지 4년이 되었다. 요리에 이용하는 재료 대부분을 직접 키우고 재배한다. 그러다 보니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은 풋마늘을 이용한 생면 풋마늘 오일파스타와 프리타파가 대표 메뉴이다. SNS를 통해 많은 지역에서 찾는 식당이 되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요리’라는 평을 들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며칠 전에 앞집 어르신이 오픈한 지 4년 만에 식사를 하고 가셨어요. 그릇을 깨끗이 비운 걸 보니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오남도

도시에서의 삶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문득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을 선택했다. 흙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다만 자급자족, 주체적인 삶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단순히 농촌이 아닌 그 너머의 가능성으로

부부에게는 수익보다 ‘자급자족’, ‘다품종 소량 생산’, ‘소농’이 실질적인 화두다. 시골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부부가 추구하는 농촌의 삶이다. 부부는 기존의 유통 구조 시스템이 아닌 직거래 활로를 모색하며 ‘마르쉐@장터’와 정기 배송 서비스 ‘꾸러미’를 통해 도시 소비자와 소통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지역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시도하며 농촌의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농촌 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한다. 유기농 농가 체험, 요리 교실, 팝업식당, 지역 마켓 등이 그 일환이다. 얼마 전에는 ‘연산미각학교’에 참여하며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의 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그 모든 중심에는 ‘꽃비원홈앤키친’이 있다. 월, 화, 수요일에는 꽃비원에서 농사를 짓고 목, 금, 토요일은 식당을 운영하며 부부는 농촌의 삶을 지속해 나간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논과 밭 그 너머의 지대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부부. 이들은 농촌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희망’이란 이름을 건넨다. ‘가능성’을 보여준다.

“꿈꾸는 삶이 있어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요. 농장의 나무는 지금보다 더 자라 있겠네요. 삶의 방향은 비슷하겠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을 공간에 초대해 농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정광하

적정의 농사를 짓고, 자연주의 삶을 추구하며 가치를 만들어가는 오남도, 정광하 씨. 묘목의 태를 벗고 조금씩 굵은 나이테를 키워가고 있는 배나무처럼 이들 부부도 땅에 깊게 뿌리내리며 새로운 농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꽃비원홈앤키친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연무로166번길 12-21 주택 오른쪽 건물

@flowerraining.home.kitchen

이선영 사진 이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