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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는

해외농업 이야기

도시농업의 나라

쿠바

쿠바는 세계에서 도시농업이 가장 발달된 곳이다. 쿠바 인구가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그 방식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업이다. 처음 쿠바의 도시농업은 생존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친환경 도시농업, 지속가능한 농업의 모델로 주목을 받은 지 오래다.

도시농업이 시작된 배경

1990년 전후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자 쿠바는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당시 쿠바 경제의 해외의존도는 심각했다. 쿠바의 무역상대국은 소련을 포함한 사회주의 국가들로 연료의 98%, 원자재의 86%, 자국 소비식량의 98%를 수입에 의존했었다. 또 쿠바의 농업은 사탕수수, 담배와 같은 수출용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단작농업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소모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은 무역봉쇄를 의미했고, 미국은 무역규제를 강화하며 쿠바를 고립시켜 갔다. 농기계를 움직일 석유도, 비료와 농약도, 식량도 고갈되어 가자 쿠바는 새로운 생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쿠바가 찾은 해법은 도시농업이었다. 쿠바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용 가능한 모든 토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장려했으며 친환경·유기농업 기술 또한 적극 보급했다.

도시농업의 다양한 형태

쿠바 도시농업의 형태로는 오가노포니코, 집약텃밭, 파티오와 자급농장 등이 있다. 쿠바 정부는 도시 반경 5km 이내에 직판장을 설치해 도시 전역에서 도시농업을 통한 농산물이 소비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는 쿠바만의 독특한 농업 형태로 벽돌·돌·판자 등의 자재로 틀을 만들고 그곳에 지렁이 분변토와 유기물 퇴비를 혼합한 밭을 말한다. 우리말로 ‘틀밭’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바닥에 배수판을 이용해 시멘트나 아스팔트 등 인공지반 위에도 설치해 작물을 가꿀 수 있다. 집약텃밭은 오가노포니코와 달리 경작물을 토양에 바로 심어 기르는 것으로 경지면적이 오가노포니코보다 넓다. 파티오라고 불리는 안뜰과 소규모 텃밭은 보통 가정 내 소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채소·과일 재배뿐 아니라 가축 사육도 이뤄진다. 학교 및 기관들은 자급농장을 두어 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해결하며, 잉여농산물은 직판장에서 판매된다.

도시농업의 긍정적 영향

도시농업은 고용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014년 기준 약 35만 명 이상의 쿠바인이 도시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여성과 청년,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또 도시농업은 종자보존과 생물다양성 회복에도 빛을 발했다. 대규모 단작농업 시기 쿠바는 동식물 유전자원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활발해지면서 희귀작물이 부활하였고 재래품종의 재배도 크게 늘었다. 도시농업 품목이 농산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약초나 화훼, 가축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어 갔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은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했다. 도시농업을 통해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유기농 채소 중심의 식생활로 바뀌었고, 식이요법도 자연스레 발달해 갔다. 비록 경제위기 속 강압적으로 시행된 것이지만 쿠바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에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바 있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 및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쿠바 도시농업 사례는 계속 회자될 것이다.

기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