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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고

그들이 사는 세상

테니스 치는 한복 디자이너

유정민 씨

유정민 씨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 인생이 마음먹는 대로 흘러가던가. 그는 연극배우 대신 사람들의 인생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제작하는 한복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렇게 천안에서 20년 동안 한복 디자이너로 살았던 그의 삶에 어느 날 ‘테니스’가 들어왔다. 잔잔하던 인생이 뜨거워졌다. ‘테니스 치는 한복 디자이너’. 유정민 씨에게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매일의 테니스

‘미스월드 유니버시티 무대감독 겸 한복 협찬’ , ‘다수의 한복웨딩 패션쇼 개최’ , ‘한식조리기능장 고영숙 방송협찬’ 등 이력도 화려하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뒤 한복을 디자인하고 제작·판매하며 한복점을 운영하는 유정민 씨는 천안에서 이미 소문난 한복 디자이너이다. 각종 한복 패션쇼와 한복 의상 협찬 및 결혼식 혼주들을 위한 한복 맞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는 디자이너는 천안에서는 유정민 씨가 유일할 정도다. 8년 전만 해도 그는 한복이 전부인 삶을 살았다.

“제 직업이 한복 디자이너다 보니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일 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굉장히 활발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취미나 운동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찾았고요. 사실 가게에서 혼자 오래 일하다 보니 더 그런 갈증이 있었나 봐요.”

만성 편두통에 시달리던 시기, 마침 테니스 레슨생 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그는 가볍게 취미 삼아 테니스를 시작했다. 그의 세계가 빅뱅처럼 폭발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채 말이다. 새벽 6시에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했던 그가 테니스가 치고 싶어 6시면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코트 위에서 공을 쳤다. 한복점 영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운동장으로 향했다. 만나는 사람도, 생활 방식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복 원단을 사러 서울에 다녀온 날이면 기력이 없어 꼼짝없이 누워 있던 그가 요즘은 서울에 다녀와 바로 테니스를 친 후 테니스 동호회 사람들과 ‘치맥’을 한다. 밥 한 공기도 못 먹던 게 언제였냐는 듯이 밥 두 공기를 거뜬히 비운다. 테니스가 바꿔놓은 풍경들이다.

‘혼자’하는 작업에서 ‘함께’하는 과정으로

한복을 만드는 작업은 원단 결정부터 디자인까지 철저히 ‘혼자’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테니스는 ‘함께’ 팀워크를 이뤄 상대의 전략을 읽으며 경기를 이끌어가는 게임이다. 성향 자체가 너무나 달랐다.

“저는 경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로 편두통이 와요. 그런데 테니스를 시작하고 상대의 전략을 읽고 그게 적중했을 때 희열이 오더라고요.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험을 하며 내 안에 승부욕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함께 소통하며 경쟁하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그동안 연습했던 결과를 확인하며 ‘함께’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테니스를 하고 나서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 나갔다. 늘 혼자서 하는 작업에 익숙하던 정민 씨에게 테니스는 파트너와 전략을 짜고, 기량을 쌓으면서 더불어 삶도 풍성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든 늘 혼자서 끌고 가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데 테니스는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파트너와 상의하고 소통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 과정이 결국 한복을 디자인할 때도 좋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내 의견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며 더 좋은 디자인이 나왔어요.”

테니스가 준 좋은 에너지다. 테니스를 시작하고 성향도, 성격도, 생각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는 자기를 내려놓는 법과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 나갔다. 무엇보다 테니스를 하고, 그녀는 인생에서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테린이’에서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로

KATA에서 주관한 용인시장배 3위, 마니커배 3위, 스윙배 천안지역대회 우승, 바볼랏 언더독 더블즈 우승까지 이제 유정민 씨에게 테니스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섰다.

“테니스는 한계에 직면하는 운동이에요. 대부분 스포츠는 연습하면 그만큼 기량이 늘어나잖아요. 그런데 테니스는 안 그래요.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요. 그러다 어느 날 시합에서 기대한 결과가 나왔을 때 엄청 짜릿해요. 패션쇼가 끝나도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경기에서 우승했을 때 엄청난 희열이 있더라고요. 그동안 노력한 결과니까요.”

유정민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한 달에 3~4번 아마추어 대회에 나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함께 일했던 직원은 “테니스가 디자이너의 영혼을 잠식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테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 그는 평균 하루에 3시간 정도는 테니스에 집중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한복 디자이너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한다.

“내 인생의 30대를 한복 디자이너로 불살랐어요. 그래서 이 순간 더 바랄 게 없어요. 테니스는 여전히 목마르고요. 올해는 전국대회 우승을 꼭 하고 싶고요. 그 후에는 각 지역의 고수들과 대진하며 새로운 공을 쳐 보고 싶어요.”

매일매일 반복되어 똑같은 삶 같아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순간이 다른 일상이듯 고객에게 맞는 한복을 디자인하고, 경기 상대와 파트너에 따라 매일 다른 경기를 하며, ‘오늘’, 이 순간이 언제나 새로운 유정민 씨.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즐겁다.

유정민 한복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천안천6길 59-10

041-552-6344

이선영 사진 김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