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드는 계절
성주 오일장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30번 국도는 어딜 봐도 참외 하우스다. 성주와 참외는 등치될 만큼 흡착돼 떨어질 줄 모른다. 대구에서 성주 가는 길 풍경은 그렇게 사방이 노란 풍경이다. 노랗게 풍요롭다. 한창 참외가 맛있는 초여름의 길목에서 성주 오일장을 찾았다.
1800년대부터 이어진 전통 깊은 장터
장날에는 물건에만 덤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물건 흥정하는 소리, 건너편에서 부부가 정답게 꽈배기 도넛을 튀겨내는 모습, 묘기를 부리듯 채칼이나 다지기로 채소를 썰어대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입담도 장에서나 볼 수 있는 덤이 아닌가. 소소한 재미를 덤으로 얻는 성주 오일장은 장이 열리는 매월 2, 7일이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른 아침부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열정과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서 풍성한 식탁을 차리려는 마음들이 모여 생동하는 기운으로 가득하다.
지척에 있는 대구에서도 일부러 장날에 맞춰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성주 오일장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닭을 튀겨내던 사장님이 “평소에 한산하던 시장도 장날이 되면 인근 노점상, 행상 트럭과 과일이며 채소를 들고 나온 할머니들로 붐빈다”며 “칠곡, 구미, 김천은 물론 대구에서도 어르신들이 여행 삼아 일부러 오일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지금, 제철을 맞은 시장 좌판엔 산나물과 참외, 수박 등 과일들이 쏟아져 나와 장날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성주는 누구나 아는 ‘참외’의 고장인 만큼 이맘때면 전국에서 도·소매 상인들이 몰려든다. 성주 참외는 일본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데 성주 오일장이 바로 성주 참외의 명가인 것이다. 시장 곳곳마다 참외가 한가득 쌓여있고, ‘성주 참외’라는 빨간 스티커가 당당히 붙어 있다. 명품 참외의 고장 ‘성주 오일장’의 참외는 향부터 다르다. 달콤한 향이 코끝에 전해진다.

호떡집에 불이 났네~ 불이 났어~
장날의 하이라이트는 간식거리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어묵이나 국화빵, 강정이나 전병, 순대나 꽈배기들은 장날 시장에서 사 먹어야 제 맛이다. 거기다 직접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보는 재미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특히 성주 오일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종이컵 하나씩 들고 다니며 먹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주 오일장의 명물 ‘모아모아 식당’의 대표 메뉴 ‘호떡’이다. 가격은 1개에 500원. 땅콩, 씨앗, 깨 등 외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고소하고 달달해 한 개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줄이 길어 2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을 정도로 입맛을 채운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불앞에서 호떡을 쉴 틈 없이 굽고 계신다. 가게 앞 현수막에는 ‘30년 전통 성주에서 소문난 호떡집’이라고 쓰여 있다. 전통과 내공이 느껴진다. 1987년경 성주 전통시장 노점에서부터 시작한 이곳은 2015년 10월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후 지금의 ‘모아모아’라는 간판을 걸고 이전해 3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세 모녀가 함께 운영하며 평일에는 칼국수, 손수제비 등을 판매하고 손님이 많은 장날에는 국수 등 식사 메뉴는 팔지 않고 떡볶이, 순대, 어묵, 호떡을 판매하고 있다.

시름은 두고 가고 추억만 안고 가는 장터~
“뻥이요!” 풀풀 날아오른 연기 더미 주변으로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잠시 시름을 잊은 즐거운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 오일장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장사꾼이나 장 보는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저 연기처럼 마음이 따뜻해 보인다. 하얀 쌀은 튀밥으로, 옥수수는 고소한 강냉이로 대변신을 하는 뻥튀기는 장날의 불꽃놀이 같다. 튀밥 한 움큼을 입에 넣고 씹으면 맛을 떠나 마음은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는 듯하다. 대구에서 일부러 성주 오일장을 찾았다는 장은아(51) 씨는 “장 볼거리가 있으면 장날에 맞춰 성주 오일장을 찾는다”며 “장터에서 국밥과 곁들이는 막걸리 한 잔은 최고의 맛이자 낭만”이라며 웃는다.
북적대는 시장통에서 조금 비켜나 골목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주택 담장 밑에도 난전이 펼쳐졌다. 도라지와 고사리를 파는 할머니는 옆에 나물을 곱게 썰어서 담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루해지면 이웃 할머니에게 안부를 묻는다. 다소곳한 자세로 한참이나 정담이 오간다. 곱디고운 어머니들이 삶을 나눈다. 직접 키워 손질한 나물을 들고 나와 손자, 손녀들한테 용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은 할머니들의 소박한 꿈들이 담장 밑으로 피어난다.
“아따 오늘 참 디다. 이거 살끼가? 말끼가?” 가끔은 손님 손에 들려주는 나물 봉지에 푸념도 한줌 실어 보낸다. 그리곤 구부정한 허리를 일으켜 몇 차례 바구니를 비우고 채우다 보면 장날 하루가 훌쩍 흘러간다. 그렇게 초여름도 금세 지나갈 터이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성주군
한개마을
중요민속문화재 제255호로 성산이씨의 집성촌이다. 마을 내 75채의 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한개’라는 말은 ‘큰 나루’라는 뜻으로 예전 마을 앞에 있던 나루터가 성주 내륙과 김천, 칠곡을 잇는 물길이었다. 이는 곧 대구와 칠곡, 김천,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

Ⓒ성주군
성밖숲
성주 경산리의 성(城)밖숲은 풍수지리사상에 따라 성주읍성 밖에 조성한 숲으로 300년~500년 생의 왕버들 52그루가 자라고 있다. 현재 성밖숲은 축제 등 각종 행사를 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맘때 찾으면 왕버들과 함께 맥문동이 연출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