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는
해외농업 이야기
흙에 탄소를 가두다 X 탄소농업
기후위기 해법으로 ‘탄소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탄소를 토양에 가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것으로, 탄소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탄소배출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토양 비옥도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탄소농업을 장려하고 있다.
땅을 갈아엎는 것을 멈추자!
지구 토양 속에는 약 2조5,000억 톤의 탄소가 매립돼 있다. 이는 공기 중에 떠 있는 탄소량의 3배가 넘는 수치로, 이 탄소들은 식물의 광합성 뒤 남은 탄소, 동식물 사체와 분뇨가 분해되어 만들어진 유기물에 포함된 탄소다. 탄소농업은 탄소를 저장하는 흙의 기능을 살려 농사짓자는 움직임이다. 땅을 갈아엎는 것을 멈춤으로써 토양 속 탄소 분해를 막고, 질소성분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자는 이야기다. 땅을 갈아엎는 것, 이른바 ‘경운’은 인류의 오래된 관행농법으로 땅 속의 물과 산소의 흐름을 좋도록 만든다. 작물의 뿌리는 경운된 땅에 내리기 쉬우며, 땅 속 물과 양분을 흡수하면서 줄기와 잎을 키운다. 화학비료의 질소는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바탕이 된다. 이처럼 농사의 핵심요소인 경운과 화학비료. 과연 이 둘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일까.
피복작물로 땅의 힘을 키우자!
탄소농업은 경운 및 화학비료 대신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 되는 피복작물을 함께 키워 땅의 힘을 키운다. 작물보다 피복작물이 더 자라면 광합성을 방해하므로 적당한 때에 뿌리와 줄기를 베어서 그 자리에 덮어준다. 이는 피복작물이 흙 속의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며 이렇게 제거된 뿌리와 줄기는 흙에 유기물로 저장돼 미생물의 활동을 돕고 양분으로 순환된다. 하지만 탄소농업의 효과는 기후와 작물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춥고 건조할수록 유기물 분해가 느려 탄소 축적이 더 잘된다. 비가 많이 오고 고온다습할 경우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가 빨라 탄소 축적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탄소농업의 적합한 기후로, 지난해부터 ‘흙 살리기 운동(Healthy Soils Program)’을 통해 탄소농업을 장려 중이다.
흙 살리기에 주목하는 세계 각국
캘리포니아의 흙 살리기 운동은 경운을 줄이고 피복작물을 재배하며 퇴비를 사용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 일환으로 미국 농업 스타트업인 ‘인디고애그리컬처’와 ‘FBN(Farmers Business Network)’ 등은 농부들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1톤 당 15달러에 매입해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에 판매한다. 프랑스는 2015년 파리 기후협약 이후 ‘포퍼밀(4 per 1000)’ 운동을 시행 중이다. 이 계획은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를 농업분야에서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0.4%의 이산화탄소를 토양 속에 격리해 온실가스 발생량보다 흡수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퍼밀 운동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20여 개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농업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268억 원을 투입해 탄소발생을 저감하는 농업기술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글 기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