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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소확행 라이프

4인의 조금은 특별한 청춘단상

매일 더 잘하고 싶은
텃밭채 이소연 씨

다시 찾은 덕이농장에는 쑥갓과 루콜라 대신 ‘열무’와 ‘얼갈이’가 자라고 있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이소연 씨는 갓 수확한 무농약 열무를 주문량에 맞춰 포장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전문 농부’로 성장한 이소연 씨의 하루를 함께했다.

‘일산 열무’ 아직도 모르세요?

“일산의 시설 채소 중 열무가 가장 유명하죠. ‘일산 열무’라는 품종까지 등록되어 있는 정도인데요. 다른 지역의 열무보다 식감이 아삭하고 향이 좋기 때문입니다. 주문하는 고객들이 재차 일산 열무가 맞느냐고 되묻곤 하죠.”

이소연 씨의 하루는 열무를 수확하고 포장하느라 바삐 흘러간다. 쉴 틈 없이 열무를 뽑아 택배 박스에 담는 작업을 반복해야 간신히 주문량을 맞출 정도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밭으로 출근했다. 3월부터 해가 길어지고 기온도 높아지면서 농장은 열무와 얼갈이 재배를 시작했고, 이제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열무 3동을 순서대로 파종했는데 갑자기 낮 기온이 올라가며 열무가 동시에 자랐어요. 알다시피 저희 농장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저 셋이서 일하기 때문에 손이 모자라요. 까닭에 하우스 1동은 그냥 거의 버릴 수도 있었는데, 3동 모두 무사히 출하를 마쳤어요. 엄청난 성과죠.

그만큼 두 배로 일했다는 증거일 터. 작물 수확 및 포장 외에도 그의 하루는 겨순따기 등의 농작물 관리로 촘촘히 채워진다. 이소연 씨는 이 모든 과정을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단다. 농사가 그저 즐겁다며 환히 웃는다.

매일이 다른 명랑한 소연 씨의 하루

올해 이소연 씨는 농업인으로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5월에 수확했어야 할 토마토 농사를 망친 것이다. 1월에 파종해 3월까지 약 60~70일간 따뜻하게 이불도 덮어주고 낮에는 햇빛도 볼 수 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애지중지 키운 토마토였다. 그러다 열무 작업으로 잠깐 온도 관리를 놓친 사이 토마토에 균병이 왔다. 균병은 순식간에 다른 토마토로 퍼졌고 그대로 모든 토마토를 폐기하고 새로 파종을 해야 했다.

“작물들은 정성과 관심을 주는 만큼 자란다는 걸 점점 더 느껴요. 잠깐만 방심해도 금방 망가지거나 죽어버리거든요. 농사를 망쳐 속상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아요. 이런 우여곡절 없는 농부가 어딨겠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달 전 아버지가 다리 수술을 하면서 회복하는 동안 아버지가 하는 일까지 소연 씨가 도맡아 해야 했다. 세 사람이 하던 일을 어머니와 단둘이서 하니 힘에 부쳤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단순히 직업인으로서의 농업인이 아닌 농작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며, 농업인으로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소연 씨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명랑하게 일어서며 더 깊숙이 농업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매일 더 잘하고 싶고, 매일 더 잘 살고 싶고, 매일 더 나은 농부가 되고 싶어졌다.

‘특이 작물’로 승부 거는 청춘이란 이름

“봄에는 열무와 상추를, 여름에는 젤리토마토와 사과토마토를 재배하고, 가을에는 보라무와 빨강무를, 겨울에는 베타카로틴 배추를 재배하다 보면 일 년이 금방 지나가죠. 그런데 이렇게 한 해 한 해 보내면서 내가 농사지은 농작물을 사람들이 먹는다 생각하니 조금 더 건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재배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이소연 씨는 요즘 어떻게 하면 농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건강한 먹거리 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올 겨울에 만났던 앳된 모습은 옅어지고 더 단단해진 그는 남들이 다 재배하는 작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독특한 농작물을 재배한다. 특히 올해는 특이 토마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이미 지브라 토마토 등 특이 토마토를 파종했다. 여기에 핑크레모네이트라는 분홍색 블루베리 삽목을 시도하며 남과 다른 길을 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3,500평 규모가 사실 큰 규모는 아니에요. 그 어디든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베테랑 농업인들이 많잖아요. 저는 그분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어요. 경쟁력에서도 밀리고요. 그래서 특이한 작물을 키워 승부를 보려고요.”

앞으로는 직접 재배한 채소로 밀키트 식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소연 씨. 꿈이 있기에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그의 꿈은 지금 무한대로 싱싱하게 자라는 중이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이란 단어처럼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오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싫증을 잘 내는 내가 싫증 날 틈 없이 여기까지 흘러왔네. 일 년을 뒤돌아보면 하루도 똑같았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 지금까지 잘 살았고, 앞으로도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욕심내지 말고 걸어 나가자. 그러다 보면 원하는 것들이 내 옆에 있을 거야. 오늘, 지금처럼 내일도 농부로 부끄러움 없이 잘 살아가자.

이선영 사진 이정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