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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어서 오라 나를 부르네

화개장터

맑은 강물과 눈부시게 흰 모래밭, 강바람에 휘청대는 벚나무들과 대숲들…. 퍼가도 퍼가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이 끊이지 않는다고 시인 김용택이 노래한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유명한 화개장터가 나온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그곳에서 여름을 맞았다.

섬진강 물길 따라 모여든 사람들

하동은 그 크기에 비해 가진 것이 많은 땅이다. 뭍에선 ‘왕의 녹차’로 불리는 야생녹차가 자라고, 짠물과 맞닿은 강에선 손톱보다 작은 재첩이 꼬물댄다. 지리산 물을 더해 수량을 불린 섬진강은 은어와 참게를 살찌운다. 이처럼 비옥한 땅, 하동의 첫 관문은 바로 화개장터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였던 이곳에서 지리산 화전민들은 나물을, 구례와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곡식을, 여수·광양·남해·삼천포·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해 수산물을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으로 시작하는 노래다.
“알지예? 있을 건 다 있다는 거.”
“아따, 말만 잘하모 공짜로도 드립니더.”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의 노랫말처럼 경상도와 전라도가 섬진강을 사이로 어울리는 이곳은 아랫마을 하동과 윗마을 구례 사람이 모여 장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장터 인근 음식점에선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10리 벚꽃길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 물건과 손님의 이야기는 물론, 하동으로 모이는 주변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훈훈한 인심을 주고받는 화합의 장소이며,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고, 왁자지껄한 흥정이 이루어지는 장터이기도 하다.

없는 거 말고 있을 건 다 있는 장터

장터 입구에 들어서자 때마침 상점 곳곳마다 수확한 매실을 다듬느라 상인들의 손길이 바쁘다. 어느 상인은 매실장아찌를 만들고, 어느 상인은 매실주를 담가 손님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한다. 여기에 약재를 끓여 만든 물을 건네며 송이버섯을 맛보고 가라는 주인의 인심에 마음은 동한다. 그렇게 시식한 송이버섯 향이 내내 입안 가득 장터를 따라다닌다.
초가지붕으로 이루어진 전통 장옥, 장돌뱅이들의 저잣거리와 난전, 주막, 대장간 등 옛 시골장터의 모습은 장을 찾은 사람들을 어린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장옥들이 열지어선 골목은 갖가지 물건들로 빼곡해 하나라도 놓칠까 눈을 크게 뜨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Q장터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한과를 구입해 주전부리를 하며 약재며 나물을 파는 가게 앞에 서니 느릅나무, 겨우살이, 헛개가지, 빼빼목, 우슬, 야관문, 골담초, 취나물, 곤드레, 지리산 고사리 등 눈에 익은 이름도 있지만 낯선 이름의 약재와 나물이 가득하다. 특히 지리산에서 난 산채와 섬진강에서 난 참게, 은어, 재첩 등을 담은 통에 사람들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다.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나는 신기한 이 특산물은 장터를 찾은 사람들의 지갑을 절로 열게 한다. 온갖 주전부리와 먹거리, 구경거리가 가득한 장터에서 누구 하나 찌푸린 얼굴 없이 웃음만이 가득하다.

재첩과 은어가 유명한 옥화주막~

소설 『역마』는 화개장터 옥화주막을 배경으로 대를 이어 역마살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는 화개장터 이야기를 이렇게 쓰고 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일지라도 인근 고을 사람들에게, 그곳이 그렇게 언제나 그리운 것은 장터 위에서 화갯골로 뻗쳐 앉은 주막마다 유달리 맑고 시원한 막걸리와 펄펄 살아 뛰는 물고기의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주막 앞에 늘어선 능수버들가지 사이사이로 사철 흘러나오는 그 한 많고 멋들어진 진양조 단가, 육자배기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식당 골목에 들어서니 허기가 찾아와 장터 한쪽에 있는 옥화주막을 찾았다. 소설 『역마』에 나오는 그 옥화네가 하는 주막일 리는 없겠지만 소설 속 ‘계연’이 금방이라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밥을 말아 줄 것만 같다. 입구에서부터 정겹고 푸근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주막의 대표 메뉴는 섬진강 재첩국. 여기에 섬진강에서 직접 잡아 올린 자연산 은어를 사용한 은어튀김과 은어탕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메뉴도 훌륭한데 밑반찬도 듬뿍듬뿍 담아주는 푸근한 인심으로 ‘어떤 게 메인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손님들의 투정마저 정겹다. 섬진강 재첩은 살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것이 특징. 재첩국과 함께하는 은어회는 연하고 고소해 감칠맛이 돈다. 산과 물과 안내판은 전남과 경남이라는 선을 긋지만 여기 자리한 화개장터에는 경계가 없다. 장터에는 전라도 말, 경상도 말, 서울말이 들리고 멀리서 온 관광객에게 마음껏 퍼주는 푸근한 인심만 있을 뿐이다. 둥그스름한 초가지붕 너머로 지리산 촛대봉 능선이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그 모든 것을 품어 안은 듯하다. 모든 걸 끌어안은 지리산처럼 화개장터가 어서 오라 우리를 부른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하동군

최참판댁

대하소설 『토지』 속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 최참판댁 한옥 14동뿐 아니라, 최참판과 소작 관계에 있는 마을 사람들의 집도 그대로 구현돼 있다. 최참판댁 오른편에는 박경리 문학관이 있으며, 문학관에는 박경리 선생의 유물 및 『토지』 전질이 비치돼 있다. 매년 가을이면 ‘토지문학제’가 개최돼 문인들의 발길을 이끈다.

Ⓒ하동군

쌍계사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삼법스님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중국불교 선종 제6대조인 혜능의 사리를 모시고 와 봉안하고 지은 절이다. 문성왕 2년(840년) 진감선사 혜소가 옥천사라 하였다가 정강왕 2년 쌍계사로 바뀌었다. 국보 제47호 진감선사 대공탑비와 보물 9점 등 문화재 29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