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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도시와 농촌 그 어딘가의 「사 : 이」에서

살갑게 알고 지내는 자들의 이름,

이웃

우리는 원래 이웃과 더불어 사는 민족. 거리두기의 완화로 되찾은 일상 속에서 유독 이웃 간의 온기가 그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다시 만나 손을 맞잡을 그날을 기다려 본다.

이웃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공들여 닦아낸 <갯마을 차차차>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과 만능 백수 ‘홍반장’(김선호)이 짠내 사람내음 가득한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힐링 로맨스”라고 소개돼 있는 만큼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주가 되면서도 매회마다 어촌 마을 주민 1~2명씩의 사연을 돌아가며 다루어 가족극과 같은 콘셉트를 취했다. 공진 마을 주민들 중 한명인 ‘김감리’(김영옥) 할머니는 이가 아파 좋아하는 오징어를 먹지 못할 지경이지만 비싼 임플란트에 지레 겁을 먹고 치료를 거부한다. 또 ‘오춘재’(조한철)는 극중에서 90년대 반짝하고 사라져 버린 가수로, 과거의 영광에 푹 젖어 사는 갯마을 라이브카페 주인이다. ‘여화정’(이봉련)은 공진에서 통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이혼한 남편 ‘영국’(인교진)과 끝나지 않은 부부싸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소중히 집어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쉬이 간과되었을 주변 이웃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공들여 닦아낸 공정이 한몫을 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웃들이 응원하는 첫사랑? <장수상회>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장수상회>는 그만큼 화려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인 영화다. 틈만 나면 버럭하는 70대의 ‘성칠’(박근형) 앞집에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이 이사를 온다. 퉁명스럽기만 한 그에게 언제나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금님. 이웃의 다정한 친절과 관심에 성칠은 당혹스러워하고 급기야 이 둘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다. 첫 데이트로 긴장한 성칠을 위해 장수마트 사장 ‘장수’(조진웅)가 나서고,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온 동네 사람들과 금님의 딸 ‘민정’(한지민)까지 알게 된다.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성칠은 어색하고 서툴지만, 금님과의 설레는 만남을 이어 가는데…. 성칠은 곧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한다. 그것은 이웃인 줄 알았던 금님이 사실은 자신의 아내이며 장수와 민정은 그 둘의 자녀라는 것. 이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족이었고 치매에 걸린 성칠을 배려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웃인양 하며 그를 도왔던 것. 극 초반 흐뭇하게만 보이던 이웃 간의 스토리가 애달프고 절절한 감정으로 반전되며 관객의 마음에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적인가, 이웃인가? 수상한 이웃사촌 <이웃사촌>

도청을 하다가 도청을 당하는 자의 인품에 감화돼 도청하던 사람의 삶도 변화한다는 스토리 자체는 기존에 있어 왔다. 영화 <이웃사촌>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가택구금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심각함을 배제한 코미디 영화다. 기시감이 드는 실화를 소재로 하여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고 유쾌한 톤으로 유지해 나간 솜씨가 관객을 즐겁게 한다.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낮에는 친근한 이웃집이지만, 밤에는 수상한 도청팀으로 변신하는 알쏭달쏭한 관계. 영화 속 흘러나오는 그 시절 가요, 나미의 ‘빙글빙글’처럼 이들의 만남 또한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 한바탕 소동이 펼쳐진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이웃이지만, 힘들 때 담배 한가치를 청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이웃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영화가 고증하고 싶었던 80년대의 모습은 엄혹한 정치적 배경보다, 지금보다 한결 문턱이 낮았던 이웃 간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임수민(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