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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소확행 라이프

4인의 조금은 특별한 청춘단상

달콤 살벌한 꿀벌 파수꾼
최새봄 씨

초여름 들꽃 속에는 달콤한 꿀이 한가득 들어 있다. 이에 맞춰 벌들의 활동도 왕성해졌다. 더불어 최새봄 씨도 본격적인 농번기에 돌입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가 넘도록 온종일 벌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최새봄 씨를 만나기 위해 장성을 찾았다.

벌도 사람도 가장 바쁜 시기

봄부터 여름까지는 꿀벌도 사람도 1년 중 가장 바쁠 때다. 1년 치 농사를 이때 수확하기 때문이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밤꽃이 피었다 지는 한철이 지나면 곧 여름, 로열젤리를 준비할 때다. 꿀벌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햇볕이 쨍쨍할 때는 벌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최새봄 씨는 아침저녁으로 나가 벌들의 상태를 살핀다. 초여름으로 들어서며 한낮 기온이 30도가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허리 펼 새도 없이 수백 번씩 무거운 벌판을 들었다 내리는 고된 작업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밝다.

“농업은 주 5일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는 직종이 아니잖아요. 저도 친구들처럼 꽃구경도 가고 싶고 여름휴가도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요. 일 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쁘면서도 황금기거든요. 꿀벌이 바쁘면 저도 당연히 바쁘죠.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니까요.(웃음)”

6월 초까지 아카시아에서 나오는 꿀은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좌우한다. 양봉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0일에서 한 달가량. 자연의 명약이라 불리는 아카시아 꿀을 채취하기 위해 그의 발길은 언제나 벌통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질병이 나진 않았는지, 여왕벌이 잘 살아있는지, 분봉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지 살피며 1분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렇게 봄을 보낸 뒤 여름을 맞으며 그는 로열젤리 채밀을 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양봉을 했다면 포기했을 거예요. 벌을 기르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워요. 무엇보다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 양봉이 자연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죠.”

정성과 끈기의 결정체 로열젤리

꿀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로열젤리’는 일벌이 먹으면 여왕벌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물질이다. 일벌들이 유충을 기르는 시기에만 분비하며, 약 6개월 동안 키운 벌집에서 극소량만 채취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업처럼 양봉도 자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요.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벌꿀 생산 작황이 좋지 않아 주력 생산을 벌꿀에서 로열젤리로 바꿨어요. 로열젤리는 꿀벌 유충의 먹이로 일벌 유충은 3일간 로열젤리를 먹지만 여왕벌이 되는 유충은 6일 동안 로열젤리를 먹어요. 로열젤리를 먹는 기간에 따라 일벌이 되기도 하고 여왕벌이 되기도 하죠. 여왕벌은 일벌과 비교했을 때 수명도 훨씬 길고 뛰어난 산란능력을 가져요.”

건강 만능식품으로 불리는 로열젤리는 꿀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정성의 결정체다. 최새봄 씨는 로열젤리는 채취 작업이 꽤 까다로워서 유독 촌각을 다투는 작업의 연속이라고 설명한다. 로열젤리를 만들기 위해 쌀알보다 작은 유충 수천 마리를 여왕집에 하나하나 이식해야 하고, 신선도를 위해 만들어진 지 72시간 이내에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을 거쳐 신속하게 작업해야 한다. 채취도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만큼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고. 그렇게 해도 나오는 양이 많지 않아 그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 모아 로열젤리가 되는 셈이다.

꿀벌의 날갯짓으로 얻은 귀한 ‘천연꿀’

“설탕으로 만든 사양꿀은 벌꿀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최새봄 씨는 오로지 100% 자연의 산물만을 고집하고 있다.

“양봉산업에서 가장 간절히 바꾸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일반 마트에 가면 사양꿀이라고 하는 꿀을 가장 많이 보실 수 있어요. 이 사양꿀을 간혹 ‘사양나무에서 나오는 꿀’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사실 사양꿀은 설탕물을 먹여 생산한 설탕꿀을 의미해요. 한자로 ‘기를 사’에 ‘기를 양’으로, 벌을 기를 때 자연에서 채집한 꿀이 아닌 설탕물로 먹여 만들어진 꿀이에요.”

자연의 청정함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천연 벌꿀 외에 그 어떤 재료도 섞지 않은 그는 올해 최고의 생산량을 올렸다. 그만큼 꾸준한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이 되었다는 증거일 터이다. 한번 구입한 고객은 바로 단골이 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벌들의 쉼 없는 윙윙거림은 생태계의 건강함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생태계의 파수꾼 역할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싶어요.”

매일 수십만 마리의 벌과 함께하니 점점 벌을 닮아가는 최새봄 씨. 벌처럼 부지런하고, 정직하다. 자연에 위해를 주지 않으며 교감하는 그는 여전히 최고의 꿀벌 집사다.

오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만큼 몸도 맘도 지칠 수도 있지만, 이 시기를 잘 견뎌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자. 때론 작은 날갯짓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잖아. 농촌에 날아 들어간 벌 한 마리가 농촌에 희망의 꽃가루를 수분하듯 양봉산업을 이끌어가는 청년 농부가 되자.”

이선영 사진 이정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