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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고

그들이 사는 세상

최고의 소리를 만든다

진선오디오 류진곤 대표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턴테이블에는 정미조 가수의 LP가 돌아가고 좋은 음악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기계음이 가득한 고척공구상가와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풍경. 그 풍경 속 최고의 소리를 만드는 턴테이블 명장 류진곤 대표를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유일한 수제 턴테이블 제작자

국내에서 턴테이블을 제작·판매하는 유일한 장인이자 진선오디오 류진곤 대표는 국내 아날로그 붐의 숨은 견인차로 꼽힌다. 앰프를 제작하거나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국내 동호인은 제법 많지만, 턴테이블을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는 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류진곤 대표가 턴테이블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형님이 사온 전축이었다. 그것은 전북 남원 고향 마을에서 유일한 턴테이블이기도 했다. 그는 몇 장 안 되는 LP에 담긴 오은주의 <아빠는 마도로스> 같은 노래를 닳도록 들었다. 그러다 스무 살 넘어 서울에 상경해 문래동 철공소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제 인생에서 음악을 빼고 살 수가 없었어요. 일할 때도 음악이 있어야 했죠. 당시로서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봤을 거예요. 철공소에서 음악이라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손재주가 좋아 사장님들이 이해해 줬어요.”

그렇게 기술을 쌓은 그는 1988년 ‘진선기계’를 차리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오디오 마니아가 그를 찾아와 방진대(스피커 소리의 진동이 턴테이블에 전달되지 않도록 받침으로 쓰는 장비)를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다. 그는 독일 제품을 뜯어보고 연구하며 그대로 만들었고 이후 여러 오디오 마니아들이 그를 찾아와 수리를 부탁했다. 문득 그는 ‘오디오 장비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5년만 투자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하는 결심에 이르렀다. 그렇게 그는 ‘진선기계’에서 ‘진선오디오’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오디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고척공구상가에서 30년 가까이 턴테이블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진선 아이리스 래퍼런스 탄생

“제가 턴테이블을 개발한다니 10명이나 계약하고 선금까지 냈어요. 그렇게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개발해 ‘진선 아이리스 레퍼런스’를 내놓았죠. 1,200만 원이나 넘는 고가인데도 5년도 안 돼 22대나 팔렸어요. 그게 지금의 진선 브랜드가 되었죠.”

자신의 브랜드를 건 턴테이블 제작에 앞서 10년간 이엠티(EMT), 토렌스 등 고가의 유럽 턴테이블을 수리하면서 턴테이블의 원리를 파악한 그는 ‘모터 진동을 최소화한 최고의 턴테이블’을 목표로 연구개발 및 제작에 착수해 진선 아이리스 레퍼런스를 만들었고 이후 후속 모델인 아이리스2, 3, 4, 5를 잇따라 내놓았다. 여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턴테이블, 앰프, 스피커까지 묶은 보급형 컴포넌트 오디오를 내놓았다. 그의 턴테이블은 1억 원 넘는 외국 유명 제품보다 소리가 낫다는 평가를 듣는다.

“좋은 소리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 목소리나 악기가 만들어내는 현장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가 최고의 소리죠.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리스 개발 초창기에는 예술의 전당 로열석을 1년간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현장음을 재현하는 것이 좋은 소리라는 걸 깨달았죠.”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1대 완성하는 데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고 고가 턴테이블은 몇 달이 걸리지만, 그의 턴테이블 소리를 들어본 고객들은 기다림을 감수한다. 진선오디오라면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고 취향 아닌 최고 소리 찾는 과정

“LP를 단순히 추억의 소리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LP가 부흥한 것이지 복고풍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에요. 그저 다시 좋은 소리를 찾기 시작한 거죠. 디지털로는 도저히 그 맛을 느낄 수 없거든요.”

그는 최근 아날로그 붐은 복고적 취향이 아니라 최고의 소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알면 알수록 복잡한 것이 소리의 세계라고 덧붙인다. 특히 턴테이블은 소리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정밀기계로 숙련된 기술을 필요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고. 그 모든 걸 독학으로 배운 류진곤 대표.

그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인터뷰가 진행된 ‘LP 카페 아이리스’는 작업실이 아닌 그의 아지트로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취향이 담긴 곳이다. 작업실에서 작업하다 쉬고 싶을 때 내려와 음악을 듣고 소리도 체크한다고.

“이곳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도록 만든 곳이에요. 이 공간에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 등 모든 기계는 제가 직접 제작한 것들이고요. 여기서 최고의 사운드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 11월이면 연령에 상관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예정이라고. 최고의 좋은 소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는 류진곤 대표.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 30여 년 외길을 걸어온 그를 만나 제대로 ‘귀가 호강’하고 돌아왔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다시 한 번 그의 공간을 찾아야겠다.

진선오디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03-4 산업용품센터(공구상가단지) 가동 라열 142호 (중앙로3길 50)

02-2614-0604

이선영 사진 홍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