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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리틀 포레스트

멀어져도 괜찮아

카페베리 김등관, 김화진 씨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과 멀어졌고, 연극,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문화생활과 멀어졌다. 대신 자연과 더 가까워졌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삶에 스며들었다. 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결혼 10년 차 김등관, 김화진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베리를 찾았다.

정원과 일몰이 아름다운 뷰 맛집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내는 서해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카페베리. 누가 이런 곳까지 찾아올까 싶지만 이제 입소문이 나서 오픈 시간이면 차들이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 카페를 찾는다. 카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활짝 핀 수국과 야생화들,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이 기분 좋은 설렘을 만든다.

“이곳에 카페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제정신이냐고 했어요. 여기까지 누가 오냐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블루베리 농사도 짓고 있고, 멋진 풍경도 한눈에 보이는 데다 어머니가 가꾼 예쁜 정원까지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김화진

8년 전 고창에 내려오기 전 김등관 씨는 경기도로 출퇴근하던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잦은 스트레스, 거리에 꽉 막혀 있는 자동차 사이에 그도 섞여 있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던 중 ‘귀촌’이 떠올랐다.

“장모님이 오래전 지금 이 자리에 땅을 사 놓았어요. 그래서 고창은 주말이나 휴가 때 가끔씩 내려와 쉬는 곳이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귀촌을 생각했어요. 제가 대학도 광주에서 다녔고, 본가는 목포라 고창이 낯설지 않았고요.” 김등관

그렇게 김등관, 김화진 부부는 1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2014년 고창에 내려왔고 4년 뒤 카페베리를 오픈했다. 귀촌을 결정하고 부부는 “3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부부에게 3년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저희가 무작정 쉰 건 아니에요. 남편은 인명구조요원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내려온 그 다음 해에는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했고요.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농사도, 카페도, 귀촌 생활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화진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블루베리

카페베리의 주메뉴는 블루베리 스무디와 블루베리 요거트. 6월 중순부터 두 달만 생과로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 요거트를 주문하면 이들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블루베리가 한가득 담겨 나온다. 메뉴를 시킨 손님들은 ‘블루베리 크기 좀 보라’며 눈으로 먼저 감동한다.

고창으로 내려와 1년 뒤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한 부부는 농사는 처음이었지만 누구보다 농사에는 진심이었다. 이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은 절대 쓰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한다. 그런 노력으로 부부가 키운 블루베리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귀촌 후 3년 동안 진심을 다해 자신들이 잘 할 수 있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찾았기에 그 시간이 빛을 본 것이리라. 한창 블루베리 수확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등관, 김화진 부부. 이들은 올해 카페 근처에 오토캠핌장을 준비하며 삶의 영역을 확장했다.

“귀촌하기 전에 캠핑을 좋아했어요. 보시다시피 고창군 심원면이 환경이 정말 좋아요. 일몰도 너무 아름답고, 산과 바다가 다 있으니 캠핑하기 제격이죠. 그래서 직접 해 보려고요.” 김등관

부부는 귀촌을 준비하고, 카페를 준비했을 때처럼 오토캠핑장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오픈할 계획이다. 시간에 공을 들여 삶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부부의 마음이 흡사 이들 부부가 가꾸는 카페의 정원을 닮은 것도 같다.

오늘 하루가 제일 좋은 날

카페베리는 아름다운 서해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뷰 맛집이지만, 부부는 생활의 밸런스를 위해 12시에 오픈해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 돈보다는 자신들이 더 행복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카페 초창기에는 밤 9시까지도 운영했어요. 주 1회만 쉬었고요. 그런데 블루베리 농사랑 카페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행복하려고 선택한 삶인데 이건 아니다 싶어 카페 일을 조금 줄였죠.” 김화진

그렇게 부부는 주 2회로 휴무일을 늘리고 영업시간도 단축했다. 그리고 비수기인 겨울이면 2주 정도 자신들을 위한 방학의 시간을 갖는다. 부부는 그 기간을 동계휴가라고 부른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은 부부는 얼마 전 결혼기념일에 맞춰 서울로 호캉스를 다녀왔다. 이들에게 도시는 이제 삶의 터전이 아닌 여행의 장소가 되었다. 귀촌 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부부는 “오늘 하루가 제일 좋은 날”이라고 말한다.

“더 바랄 게 없어요. 그저 지금처럼 키우고 있는 강아지, 닭, 고양이들과 행복한 시간들이 충만히 채워지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아내와 사이좋게 나이 들어가겠죠.” 김등관

정오 12시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손님들이 카페를 찾았다. 몸에 밴 친절함으로 손님을 맞으며 커피를 내리는 부부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귀촌 8년 차 김등관, 김화진 부부의 안녕한 삶이 서해바다처럼 잔잔히 흘러가는 중이다.

카페베리

전북 고창군 심원면 심원로 270-66

매주 화요일, 수요일 정기휴무

이선영 사진 이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