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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귀농, 그 오해와 편견

뚝심 있는 농부의

가치 있는 포도

뫼뜨락포도원 고병훈 씨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은 예로부터 포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40여 년째 포도 농사만을 고집해오고 있는 뫼뜨락포도원의 고병훈 씨.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로 모두에게 이로운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고병훈 씨의 포도 이야기이자, 인생 이야기이다.

유기농 포도가 익어가는 농원

안성맞춤의 고장인 안성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포도 재배지이다. 100여 년 전인 1901년에 안성성당 초대 신부인 안토니오 콤벨트 신부가 미사주로 쓸 포도나무 3그루를 가져오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인 포도가 안성에 첫 뿌리를 내렸다. 그중에서도 서운면 일대는 안성 최대의 포도 재배지로 포도 수확철에는 57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리면 차창으로 향긋한 포도 향기가 스며들 정도다.

“서운면은 물이 맑은데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포도의 당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요.” 안성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며 포도를 재배해 온 고병훈 씨. 그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업인의 길을 걸은 지도 어느새 40여 년. 그 사이 큰딸은 33살이 되었다. 포도와 함께 그의 인생이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정책과 환경의 변화 속에 포도 농법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산업화 이후 산성비가 내리며 노지 농사에 한계가 찾아왔다. 탄저병이나 바이러스병을 막기 위해 농약 살포는 부득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오랜 뚝심으로 포도 농사만 해 온 고병훈 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하우스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를 도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설 재배를 하면서 많은 장점이 생겼죠. 병충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고, 농약 살포의 횟수나 양도 확 줄었고요. 더불어 포도 상품성도 훨씬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농사에 대한 생각 자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재배하는 나도 건강하고, 내 포도를 먹는 소비자도 건강해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졌죠.”

이후 그는 기존 관행농법을 버리고 2002년 2년간의 시험 재배를 거친 후 유기농 인증까지 받아 친환경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 재배가 까다로울 법도 한데, 그는 “내 경험으로는 조건만 된다면 사명감을 갖고 유기농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제 유기농에 대한 자부심과 뚝심이 넘치는 베테랑 농업인이다.

수차례 손길에서 탄생한 결실

현재 2,500평 규모의 뫼뜨락포도원 시설 하우스에는 포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리아와 샤인머스캣, 안성포도라 불리는 마스캇 함부르크와 거봉 등이 가을 수확을 기다리며 알알이 열려 있다. 특히 마스캇 함부르크는 껍질이 얇고 신맛이 적으며 단맛과 마스캇 향이 나는 독특한 맛을 지닌 포도로 국내에서는 안성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후덥지근한 여름 열기에 더해 흙의 습한 기운이 올라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시설하우스. 포도 알솎기를 하던 그가 잠시 불어온 실바람에 허리를 폈다.

“농사일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과일들은 농부가 보살피면 보살핀 대로 쑥쑥 자라죠. 지금 열린 포도에 내 손길이 다섯 번 이상은 가야 제대로 된 최고급 포도를 수확할 수 있어요. 그만큼 노력 없으니 안되는 게 농사에요. 물론 힘들죠. 그런데 제가 수확한 포도를 아이들이나 농장을 찾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먹을 때면 이보다 더 뿌듯할 수 없어요.”

고병훈 씨는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하우스로 향했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귀농에 성공할 수 있다”며 좋은 상품은 부지런한 농부의 마음에서 열린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 덕분에 그는 포도 분야에서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될 정도로 그 기술과 노력을 인정받았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손끝에서 최고급 유기농으로 탄생한 포도는 가을 수확 후에는 직판과 친환경 급식으로 일부 나가고, 나머지 물량은 한살림에 유통된다. 택배 판매는 더러 사고가 있어 하지 않지만 그의 포도를 맛본 고객들은 일부러 농장을 찾아와 구입할 정도로 그의 포도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소비자를 위해 유기농을 고집하며 좋은 포도를 생산한 결과다.

다음 세대가 이어가야 할 농업의 길

“내 나이가 이제 6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어요. 지금부터 길게는 80세까지 농업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내 뒤를 이을 영농 후계자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결국 농촌의 생명은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고병훈 씨는 젊은 영농인들이 지치지 않고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선배로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마음이다. 더불어 그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귀농을 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귀농교육으로 전문지식을 쌓고 진출해야 조기 정착이 가능하다. 귀농 후 2~3년은 취미, 놀겠다는 생각 버리고 농업에 전념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귀농생활은 지역민들과 유대관계도 중요하다. 자존심 내려놓고 지역민 눈높이에 맞는 자세로 접근해야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순간에 배부를 수 없지요. 농부도 늘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 것을 개발해야 해요.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됐을 때는 스마트팜에 포도 농법을 접목하느라 꾸준히 연구했어요.”

그렇게 배우고 나서야 진짜 농부가 됐다는 그는 지금도 새로운 농법이 있을 때마다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런 농부가 키웠으니 뫼뜨락포도원의 포도는 당연히 알차고 맛은 달 것이 분명하다. 그 맛이 무척 기다려지는 뫼뜨락포도가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고병훈 씨의 귀농 귀띔

농촌에 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해요.

귀농 후 2~3년 동안은 놀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지역민과의 유대관계 형성이 중요해요.

지역민 눈높이에 맞는 자세로 접근하세요.

새로운 농법을 꾸준히 배우세요.

이봄 사진 홍승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