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 농촌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직접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인 ‘선농제’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선농제는 농사의 신(神)인 신농(神農)과 곡식의 신인 후직(后稷)에게 지내는 제사로 이른 봄 경칩이 지난 후 길일을 택해 지냈습니다. 임금이 제를 지내고 직접 쟁기질로 밭을 가는 예를 행하면 이어서 농민들이 파종했다고 합니다. 선농제가 끝나고 임금이 친경(親耕)할 때 쓰던 소를 잡아 관료와 백성들이 함께 끓여 먹었던 탕이 설렁탕의 어원인 ‘선농탕’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매년 임금이 직접 논밭을 갈며 제를 지냈다는 것은 농업을 통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국가 운영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산업이 등장했지만, 아직도 농업이 우리 삶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등이 국제적인 의제로 다뤄지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에도 농업은 인류의 생명과 문화를 지키는 소중한 산업으로서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4월부터 5월까지 전국적으로 통수식을 시행합니다. 통수식은 모내기를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물을 제공하고,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한해 농사가 물 걱정, 날씨 걱정 없이 잘 치러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과거 선농제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본격적인 영농기를 맞아 국민 모두가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올해 농사도 안전하고 풍요롭게 이뤄지기를 함께 기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이 병 호